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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리더

'꽃보다 자존심'...中 축구심판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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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형제들에게! 명호형입니다.

황당하지만, 배꼽잡았던 이야기 하나를 소개합니다.

지난 2009년 2월 17일이었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았다. 전반전 휘슬이 울린지. 하지만 '댕기머리' 여자 선심의 뒷모습에서 눈을 돌리기 무섭게, 이날 사건의 발단은 시작되고 있었는데.. 강원FC의 전지훈련이 한창이던 지난 17일, 중국 쿤밍 해경체육기지에서의 일이다.

 

솔직히 말해서, 파란색 유니폼의 강원FC 호주 출신 연습생(입단 테스트를 받고 있는 중), 다인이 먼저 잘못을 했다. 실수든 고의든, 축구공과는 상관없이 중국 프로축구 절강 수비의 오른쪽 허벅지를 심하게 걷어찬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허벅지를 가리키는 '파울 당사자' 절강 수비의 항의뿐만 아니라, 제3자의 객관적인 시각에서도, 이 상황은 강원FC 다인(오른쪽)에게 경고 아니면 퇴장이 주어지는 것으로  짧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

 

- 너 지금 뭐라고 대들었어?

 

- 이 친구가 잘못했는데, 왜 우리 선수도 경고를 받아야 하는가, 이말 입니다..

 

- 왜, 제 말이 틀렸나요?
 
중국 주심과 절강 선수의 격한 설전이 오가는 사이..

 

- 그만하세요..

 

- 거기도 그만해..


'호남형'의 절강 골키퍼는 사태 진작을 위해 양쪽 모두를 진정시킨다. 
 
뿐만 아니라..

 

절강 코치까지 나서 주심에게 '진정'을 호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상처받은 자존심'을 달랠 수 없었다..

 

- 너 이리와, 빨리~

 

- 널 가만히 둘 내가 아니다..


주심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표정이었다.
 
결국..

 

주심에게 대든 그에게는..

 

옐로우 카드 '경고'가..

 

강원FC 다인에게는 레드 카드 즉, '퇴장'이 각각 주어지는 것으로 상황은 마무리 된다. 

아울러 경기는 다시 시작(?) 된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

 

경기 속개, 불과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처음엔 영문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이상한 마음에, 시계를 들여다봤다. "전반전이 끝나려면 한참은 더 있어야 하는데..", "그런데 왜 심판들이 철수를 하는 거야?". '댕기머리' 선심이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걸어가고 있다. 

 

게다가 선수들은 가만히 서 있는, 완전 정지된 모습이 전개되는 것이었다.
 
그에 조금 앞서 일어난, 방금전 상황은..?

 

주심은 절강 선수에게 레드 카드를 꺼내 보이며 퇴장을 명령했고, 절강 선수는 별 말 없이 주심의 명령에 따르고 있던 그야말로 몇 초 간격을 두고 일어난, 이날 두번째 사고이자, 웃지 못 할 헤프닝의 결정적 시발이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가 정말 궁금했다.
 
진짜 무슨 이유였을까?

 

- 갑자기 나오시면 경기는..?


전지훈련과 경기를 주관한 G스포츠 관계자와 강원FC 김상호 코치가 달려가 이유를 묻고 있다.
 
순간..

 

- 절강코치, 똑바로 들어. 내가 돈이 궁해서 이 뙤약볕을 쬐며 심판 보는게 아니야. 글고 오직 심판으로서의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나야. 근데 나에게 욕을 해. 구경온 관중도 아닌, 코치란 사람들이.. 앙~

 

- 너희 선수가 잘못을 했으니 경고를 줬고, 경고가 누적돼 퇴장을 시킨 나일 뿐이고~

 

그렇다. 주심의 항변대로, 이유는 간단했다. 절강 선수의 거친 플레이에 따른 주심의 퇴장 명령이었고, 이에 흥분한 절강 코치진의 '욕설'이 주심을 극도의 흥분 상태로 몰아넣은 것이었다.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 코치란 너희들이 그런식이니까, 선수들도 따라하는 거야. 알기나해~
 
주심의 의지는 확고했다..

 

- 아무리 그래도 경기는 끝내고 가시는 게.. 글고 심판 보신 '수고비'도 받아 가셔야죠..


실제 심판들에게 '사례'가 지급된다.

 

- 돈이고 뭐고 다 필요없어요. 그깟 돈이 필요했다면 경기장을 나오지도 않았겠죠.. 


말려도 보고, 달래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겐 '돈보다 자존심'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좀처럼 보기힘든 상황에 어이없어 하는 건, 강원FC 선수들만이 아니었다. 

 

절강쪽도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 최 감독은 제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리라 믿고, 전 집에 갑니다..

 

 - 아시겠지만, 전 욕먹으면서까지 심판 절대 못 봅니다..

 

- 저도 마찬가지에요..


 최순호 감독..

 

- 이거 뭐야. ㅋㅋㅋ..


 - 진짜루 집에 가십네까?

 

이을용(왼쪽)이다.

 

그들은, 진짜 집에 갔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이곳저곳에서 묘한 미소들이 터졌다.
 
덕(?)분에..

 

중국 프로축구 절강의 한 선수와 강원FC 서동명 코치, 그리고 절강 코치 중 한 명이 선심과 주심을 나눠봐야 하는, 참 알쏭달쏭한 헤프닝 '에피소드'의 일단락이었다.
 
'꽃보다 자존심'을 지켰던 중국심판, 그에게~

 

"전, 꽃보다 형님을 존경합니다."

 

2009년 2월 17일,

중국 쿤밍,

 

명호형 / 강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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